종시여일 (終始如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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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시여일 (終始如一)
  • 박동혁 칼럼리스트
  • 승인 2020.05.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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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소, 러시아 조선소와 선박건조 관련 가술협력 게약체결
북극항로 및 극동지역 개발계획 맞불려 양국 성과 최대창출 절호기회

 

 

박동혁 본사 칼럼리스트
박동혁 본사 칼럼리스트

1592년 6월 14일 ‘한번 승첩했다 하여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군사를 위무하고 전선을 다시 정비해 두었다가 급보를 듣는 즉시로 출전하되 처음과 끝을 한결같이 하도록 하라.’ 제2차 당포, 당항포 등 네 곳의 승첩에 대한 이순신장군의 진중보고서 “

 

임진장초”에 있는 내용이다. 한번의 승리나 우월적 위치에서의 방만함과 나태함을 경계하는 말씀이다.

2017년 12월 러시아연방정부는 연방해운법을 개정하여 러시아 관할권내 북극항로를 통한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운송에는 자국 국적선박을 투입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미국의 JONES ACT와 같이 해운, 조선산업 보호 육성의 일환으로 자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 한해 항행을 허가하는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2000년에 시작되어 2012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실크로드인 북극항로의 개발과 운항체계 준비가 가속화되고 있다.

북극항로는 쇄빙선이 관건이다. 항행거리나 기간은 유럽에서 수에즈운하, 말라카해협을 통과하는 남방항로에 비해 2/3밖에 되지 않으나, 아직도 동절기에는 쇄빙이 어려워 북동항로 운항이 불가하다. 쇄빙 LNG운반선의 건조선가는 일반 LNG운반선의 1.5배이며 쇄빙선박의 운항효율을 위해 환적항만설비 투자도 필수적이다. 에너지운반비용의 경제성과 운항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많은 해운사들이 관심을 가지지만 아직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방과 에너지전략에 따른 국내조선사들의 행보는 2009년부터 시작되었고, 최근 들어 선박수출 및 기술협력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4년 러시아로부터 쇄빙 LNG운반선 15척을 수주하여 인도 완료한 D사를 비롯하여, 2017년 H사는 LNG추진유조선 건조를 위한 엔지니어링합작회사 “즈베즈다-현대”와 기술협약을 체결하였고, S사는 SHUTTLE TANKER건조를 위한 합작사 설립과 2019년 ARCTIC LNG-2 사업에 투입될 5척의 설계, 구매, 블록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러시아는 극동지역을 아시아태평양진출을 위한 주요공급 및 물류단지로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톡항에서 가까운 발쇼이카멘의 “즈베즈다(ZVEZDA)조선소”를 자국에서 생산된 에너지의 운반을 위한 유조선, LNG운반선, 다목적 해양지원선과 쇄빙선 등 특수선박을 건조하여 공급하는 북극항로 개방의 전진기지로 삼아, 러시아와 아태지역을 연결하는 조선산업의 중추역할을 하는 조선클러스터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러시아는 군함과 잠수함, 항공모함 등의 고도의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용선박의 현대화된 건조기술은 미경험분야여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한국과의 조선기술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실 러시아는 국가의 동방개발정책에 의거 일찍부터 한국과의 조선기술협력을 시도해 왔었다. 2009년 10월 국내 D사와 러시아 극동조선소(FESRC)는 조선협력사업에 대한 계약(MOA)을 체결하였고, 2010년 6월 조선기술협력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동년 9월 즈베즈다조선소 시설현대화를 위한 설계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으로 중단될 수 밖에 없었던 아픈 경험도 겪었다.

국가간 기술협력은 상호 이익과 발전에 대한 진정성과 가치균형이 핵심성공요인이며 지속적인 협력을 가능케 하는 동인이다. 기술제공자는 분야별 소요기술을 제대로 공급해야 하고, 기술수급자는 기술전수(傳受)요건과 관련산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도록 인력, 설비, 지원서비스에 대한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조선산업은 자본, 기술, 노동집약적이며, 또한 복합조립산업이기 때문에 기능간 자본, 기술, 인력에 대한 협업이 기본이며,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소 내부와 외부협력이 필요한 일을 잘 조화시켜야 경쟁력과 수급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품질, 납기, 계획원가를 지켜낼 수 있다. 조선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러시아와 한국은 다양한 분야의 MOU를 통해 경제협력의향을 상호 타진해왔다. 조선산업도 이미 12년의 시간이 흘렀다. 서로의 니즈(Needs)를 경청하고 집중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때가 왔다. 북극항로 개방을 향한 대형 플라이휠은 돌기 시작했다. 상호 니즈에 대해 최고품질로 대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경제엔진의 회전수를 높여 나가야 한다. 오랜 시간 공들여 어렵게 조성되고 있는 조선협력생태계에 생명력과 추진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국내 대형조선3사는 러시아조선소와 선박건조 관련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하였거나 진행 중에 있다. 러시아의 북극항로 및 극동지역 개발계획과 한국의 조선기술, 지정학적 위치가 맞물려 쌍방의 성과를 최대로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작할 때의 각오와 자세, 전략적 목표, 공식, 비공식 약속들을 진정으로, 한결같이 실행할 때 더 큰 신뢰와 경제엔진을 품은 새로운 시작이 이어 나갈 것이다. ‘시작과 끝을 항상 같은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이순신장군의 말씀을 다시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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