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비선측근 사면...법치주의 훼손 비판
상태바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비선측근 사면...법치주의 훼손 비판
  • 한국지사편집팀
  • 승인 2020.07.12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 '사면권' 남용,,,여론 들끓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징역형을 받은 비선측근을 사실상 사면하자 법치주의 훼손이라며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밤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컨설턴트 로저 스톤(67)의 형을 감형했다고 밝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스톤은 좌파 및 그들의 미디어 우군들이 대통령직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난 수년간 지속해온 ‘러시아 사기극’의 피해자”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 또는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공모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감형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을 보호하기 위해 했던 행동 중 가장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감형 조치는 처벌 수위를 낮춘 것으로 범죄 기록 자체를 말소하는 사면은 아니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백악관의 감형 발표는 형기를 늦춰달라는 스톤 측의 요청을 항소법원이 기각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보석 상태에서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자택에 머물던 스톤은 오는 14일부터 조지아주 연방교도소에서 3년4개월간 복역할 예정이었으나 나흘을 앞두고 감형이 발표되면서 감옥행을 피했다.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의 ‘40년 친구’이자 비선측근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며 정치권에 발을 디딘 스톤은 ‘정치공작의 달인’으로 불리는 정치 컨설턴트다. 스톤은 지난해 1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허위 증언과 증인 매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스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의 이메일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와 트럼프 캠프 간 연락책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스톤은 지난 2월 워싱턴 지방법원에서 7개 혐의에 대한 유죄가 인정돼 3년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강력한 권한과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어느 시점에 나는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사면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톤의 검찰 구형에도 개입해 논란을 일으켰다. 검찰이 지난 2월10일 스톤에게 7~9년의 중형을 선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트위터로 불만을 표출했고, 법무부는 구형량을 3~4년으로 낮췄다. 이에 담당 검사 4명 전원이 사임했다. 전직 법무부 직원 1100여명은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법무부는 지난 5월에는 러시아 스캔들 관련 허위 진술로 기소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기소를 취하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위터에 “스톤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불법적 마녀사냥의 표적이었다”면서 감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로버트 뮬러 전 러시아 스캔들 특검은 11일 워싱턴포스트에 이례적으로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감형 조치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뮬러 특검이 이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지난해 7월 의회 청문회 이후 1년 만이다. 뮬러 특검은 기고문에서 “우리의 조사가 불법적이었고 우리의 동기가 부적합했으며, 특히 스톤이 우리의 희생자였다는 주장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뮬러 특검은 “스톤은 연방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라면서 “(감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죄인”이라고 강조했다. 뮬러 특검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정권으로부터 이득이 생길 것을 인지했다는 점을 수사에서 규명했다”면서 “트럼프 캠프 또한 러시아 측에서 유출된 정보가 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는 점도 규명했다”고 주장했다. 뮬러 특검은 이어 “수사와 기소에 임했던 특검의 모든 구성원들은 최고의 도덕적 기준에 맞게 행동했다”면서 “그 반대라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에게는 두가지 종류의 사법 제도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범죄자 친구들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머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이번 감형 조치는) 법의 지배와 정의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감형 조치를 환영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미트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전례가 없는 역사적 부패”라면서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위한 거짓말로 유죄를 받은 사람의 형을 감형해줬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남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방대법원 판례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사면 대상이나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의회도 대통령의 사면권을 침해할 수 없다. 하버드대 로스쿨의 잭 골드스미스 교수는 대통령 사면권의 적절한 행사와 관련해 전직 대통령들 시절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비길 만한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존 바렛 전 검사는 “훨씬 더 뻔뻔하고, 상업적인 거래행위에 가깝다”면서 “(스톤이) 침묵해준 데 대한 대가를 후불로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감형 조치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넘지 못했던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사적인 자리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자신의 세 비서관들을 사면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행하진 않았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기소 검사였던 질 와인뱅크스는 뉴욕타임스에 “닉슨이 옳았다. 포드 대통령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 트럼프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닉슨 전 대통령의 후임인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1974년 닉슨이 재직 기간 동안 저지른 형사범죄를 사면했다가 1976년 대선에서 패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