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 충격에 빠뜨린 ‘마스다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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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 충격에 빠뜨린 ‘마스다보고서
  • 문경춘 한국지사장 mgc3322@daum.net
  • 승인 2021.03.22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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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아파트 단지가 유령도시로 변한다는데...
인구 감소 초고령화…일본의 가까운 미래상 보여준 ‘요코하마의 티벳’
일본 23개구 
일본 23개구 

지난 2014년 5월 보고서 하나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일이 있었다.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총무상이 이끄는 일본창성회의가 낸 일명 ‘마스다 보고서’다.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대로라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인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이 내용을 정리한 책 ‘지방 소멸’은 한국에서도 출간돼 있다. 인구 문제로 인한 쇠락과 소멸의 공포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 책 내용 때문이다.

이후 보고서의 분석 기법에 따라 소위 ‘지방소멸위험지수’가 개발됐다. 한 지역의 가임여성(20¤39세)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의 유출·유입 등 다른 변수가 작동하지 않는 한 30년 뒤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잘 나가던 도쿄 23구(도심)에도 빈집 50여 만호

빈집이 늘면서 지방부터 ‘부(負)동산’화가 진행되는 일본이지만 인구가 쏠리는 대도시 집값은 상대적으로 견고해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총무성 발표는 놀라웠다. 전국의 빈집 846만 가구 중 81만 여 가구가 도쿄에 있었고, 이중 70%는 도심 23구내에 있었다(도쿄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특별시와 비슷한 도심 23구와 경기도와 비슷한 ‘다마 지구’로 이뤄져 있다). 특히 23구중에서도 부촌(富村)으로 알려진 인구 92만 명인 세타가야(世田谷)구에서만 5만호가 빈집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아사히신문은 그 이유로 고정자산세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는 가정이 많다는 점, 집값이 비싸니 젊은 세대는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부동산개발업자들은 고도 제한 때문에 매입을 꺼린다는 점을 꼽았다. 소유자가 고령인 경우 팔겠다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부촌은 부촌대로, 또 다른 이유로 빈집 위기를 겪는 셈이다.

○유령 도시화하는 일본의 아파트 단지들

인구가 줄면서 상권도 쇠퇴해 자유롭게 물건을 구할 수 없는 ‘쇼핑 난민’이 늘자 이들을 위한 이동식 상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나카 마사루 히로시마 시의회의원 블로그 캡처
인구가 줄면서 상권도 쇠퇴해 자유롭게 물건을 구할 수 없는 ‘쇼핑 난민’이 늘자 이들을 위한 이동식 상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나카 마사루 히로시마 시의회의원 블로그 캡처

보다 심각한 사회 문제는 유령 도시화하는 전국의 아파트 단지들이다. 아파트 단지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고도 성장기에 주로 교외에 조성됐다. 마이카 마이홈 붐이 불면서 직장에서 좀 멀어도 녹지가 있고 쾌적하게 조성된 단지에 젊은 샐러리맨 가족이 몰려들었다. ‘살인적’이라는 일본의 출퇴근 전쟁도 이와 함께 시작됐다. 서구식 양변기를 사용하고 열쇠를 잠그고 출근하는 생활 스타일이 확산되며 ‘단지족(族)’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문제는 세월이다. 주민과 아파트가 함께 늙어가면서 슬럼화를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아파트 단지에서 젊은이들이 떠나고 상권도 사라지면서 ‘교통 약자’와 ‘쇼핑 난민’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쯤 되면 한국처럼 재건축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텐데, 일본의 주택은 이미 용적률을 꽉 채워 지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건축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특히 주민이 고령이라면 몇 년에 걸친 재건축 과정을 견뎌낼 힘도, 건축비를 낼 경제력도 없다. 무엇보다 일본 전체 인구가 줄고 있다. 새로 건물을 지은들 받아줄 인구가 없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 소멸, ‘발등의 불’

마스다 보고서의 계산법을 사용해 한국고용정보원이 2019년 11월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97곳으로 전체의 42.5%다. 특히 소멸위험이 높은 시군구는 경북 군위군과 의성군(각각 0.143)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지수 0.44로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굳이 이런 통계가 아니어도 지방 소멸은 이미 발등의 불이다. 올해 대학입시에서는 정원 미달이 속출해 수능 성적 없이도 장학금을 주겠다는 학교마저 나타났다. ‘벚꽃 피는 순서로 지방대학들이 망할 것’이라는 속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큰 일인 것이 합계 출산율 1이 한 세대(30년)가 지나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2020년 한국은 0.84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아파트단지들이 많다. 아직은 재건축을 통해 면적과 호수(戶數)를 늘린다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지만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어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기운은 있는데 할 일이 없다”는 한국 고령자들의 하소연을 떠올려보면 우리도 지역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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